식물학

코르크참나무(Cork Oak)와 산업

real-rim 2025. 3. 11. 17:40

코르크참나무와 산업

 

느리게 자라는 코르크참나무

코르크참나무는 천천히 성숙한다. 수령이 250년은 족히 넘는 상록수로, 금고 뒤틀린 나뭇가지가 낮게 퍼지고, 탁 트인 곳에서는 수관이 거대해진다. 봄이면 다닥다닥 붙어 피는 노란 꽃이 짙은 녹색 잎과 보기 좋게 대비된다. 잎은 호랑가시나무처럼 가장자리에 가시가 있지만 폭신하고 벨벳 같은 털이 나 있다. 이 나무는 지중해 서쪽을 들러싼 완만한 구통 지대의 전형적인 촉촉한 해양성 겨울과 더운 여름 날씨에서 잘 자란다. 대서양 연안에서 이탈리아, 그리고 알제리에서 튀니지까지 약 2만 6천 제곱킬로미터를 코르크참나무 숲이 뒤덮는다. 하지만 세계에서 유통되는 코르크 절반 이상이 포르투갈에서, 그리고 나머지는 스페인에서 온다.

 

특별한 코르크층의 가치

코르크참나무 목재는 평범하기 그지없지만 두꺼운 코르크층은 정말 특별하다. 대플리니우스에 따르면, 당시 로마에서는 코르크로 밑창을 댄 샌들이 키를 커 보이게 하고 가볍고 단열이 잘 된다는 이유로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코르크' 하면 포도주가 가장 먼저 연상되지만, 원래는 산불이 났을 때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진화한 물질인 만큼, 미우주항공국 나사MSA가 우주선 연료 탱크의 외장 단열재로 쓸 정도로 단열성이 뛰어나다.

 

완벽한 병마개, 코르크

코르크참나무의 코르크는 방어용으로 진화해 공기도 통하지 않는 불투과성인데다 거의 완벽하게 불활성이다. 방수는 물론이고 휘발유, 기름, 그리고 (당연히) 알코올에도 강하다. 코르크를 구성하는 세포는 극도의 압축에도 탄성을 유지해 병마개로 끼워 넣기에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코르크 절단면에 나타나는 컵 모양의 구조가 수없이 많은 미세한 진공을 만들어 코르크가 병의 표면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붙잡아 준다.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에서는 암포라 항아리의 뚜껑을 코르크로 만들었다. 그러나 속설에 의하면 맨 처음 병에 코르크 마개를 사용한 사람은 17세기 유명한 포도주 제작자이자 수도사인 놈 페리뇽 Don ertgmon (맞다, 샴페인의 대명사 돔 페리뇽의 그 돔 페리뇽)이다. 코르크는 환경 친화적인 소재다. 채취 과정에서 나무를 베지 않아 삼림을 유지할 수 있으며, 수확 후에도 나무는 계속 성장한다. 또한, 코르크는 생분해성이 뛰어나고 재활용이 가능해 환경 오염을 최소화한다. 코르크 제품은 플라스틱 대체제로 주목받고 있으며, 친환경 소비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코르크를 선택하는 추세다.

 

코르크 채취 과정

코르크참나무는 손상된 코르크층을 기꺼이 재생한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 나무의 수령이 20년째 되었을 때 처음으로 코르크를 채취하고 그때부터 약 20년마다 반복해서 수확할 수 있다. 늦은 봄과 이른 여름에 즐기 밑에서 약 2.5미터 높이까지, 그리고 일부 큰 가지에서 코르크를 체취하는데 이 시기에는 코르크층이 반원통형으로 나무에서 쉽게 분리된다. 코르크를 수확하는 데는 숙련된 솜씨가 필요하다. 도끼에 어지간히 힘을 주어 내려치지 않으면 코르크가 힘을 모조리 흡수해 버린다. 반면 너무 세게 내리쳐서 속껍질에 생채기라도 내면 코르크의 재성장을 방해하므로 힘 조절에 유의해야 한다. 중년기의 나무 한 그루에서 100킬로그램 이상이 수확된다. 코르크는 대단히 가벼운 물질이므로 실제로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수확 후 코르크를 끓이고 긁어내고 절단하고 다듬어서 증기로 평평하게 눌러 압축한 다음, 대형 고정밀 펀치에 넣어 원통형으로 찍어 내면 전 세계 양조장으로 나갈 준비가 완료된다. 코르크층을 벗겨 낸 뒤 몇 주가 지나면 나무의 노출된 매끄러운 황갈색 줄기는 진한 붉은색으로 변하고 표면도 거칠어진다. 수확을 마친 코르크참나무의 모습은 마치 걷어 올린 바지 아래로 드러난 맨다리처럼 신기하다.

 

코르크참나무와 지속 가능한 농업

코르크참나무는 '몬타도montado라는 친환경 혼합 농업 시스템의 한 요소다. 코르크참나무를 기반으로 한 몬타도에서는 코르크 생산 및 수렵 채집 전략과 함께 양, 칠면조, 돼지에게 코르크참나무 도토리를 먹인다. 몬타도는 숲비둘기, 두루미, 되새, 그 밖에 이들의 먹이가 되는 작은 생물은 물론이고 이베리아스라소니, 흰죽지수리, 먹황새처럼 많은 희귀종과 멸종 위기종을 먹여 살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균형 잡힌 시스템은 위협을 받고 있다. 포도주에서 트리클로로아니솔(TCA)이라는 화학 물질로 인한 퀴퀴한 곰팡내가 날 때가 있다. 사람의 코는 이 냄새에 극도로 민감해서 잔에 10억분의 1그램만 들어 있어도 알아차린다. 1980~1990년대에 포도주를 오염시키는 저품질의 코르크가 유통되면서 일부 포도주 제조사는 인공 마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코르크 수요 감소와 생태계의 위기

이제는 코르크 생산이 엄격히 통제되고 포도주가 오염되는 일도 거의 없지만 이미 많은 제조사들이 스크루 캡과 플라스틱 코르크에 맛을 들였다. 이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몬타도 생태계의 생존 여부가 코르크 생산지로서의 가치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코르크 수요가 줄어들면 토지를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경제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 포도주를 마실 때는 이왕이면 코르크 마개 병을 골라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고 조화로운 삶의 방식을 후원하는 기쁨을 즐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코르크 산업을 지키기 위한 노력

다행히도, 코르크 산업을 보호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비롯한 주요 생산국들은 코르크참나무 숲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코르크 채취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품질 관리와 오염 방지를 위한 철저한 검사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코르크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코르크를 활용한 혁신적인 제품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며, 코르크 산업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